택배기사. 그 12개월 간의 치열했던 경험(1).

저는 스타트업을 시작했었고, 그 실패로 인한 약간의 빚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 대단한 금액은 아닙니다. 사업 진행비와 사업을 하는 동안 수입이 없었으므로(?!) 생활비를 대출을 받아서 사용했습니다.

이 빚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나의 잘못이고, 나의 책임이므로 당연히 갚아나가야 했습니다.

삶은 계속 되기에, 이 실패를 거름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습니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커다란 두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많지가 않았습니다.

대단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취업 시장에서 통할만 한 경력도 없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택배기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직업 자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직업에는 많은 단점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땀흘린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나름의 요령에 따라 운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나마 정직한 직업이라는 생각에 택배기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12개월.

저는 택배기사로 살아온 12개월. 그 간의 감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그 동안의 여정을 기록하면서 개인적인 정리도 하고, 이 직업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하고 적어봅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본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은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시간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요..

 

을.

진정으로 그 사람의 본래 인격을 시험해 보려거든 그사람에게 권력을 쥐어줘 보라.
If you want to test a man’s character, give him power.

아브라함 링컨이 한 말입니다.

택배기사로 일해보면 압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을’이 되는 직업입니다.

직장상사와의 갑을관계.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갑을관계.

식당 주인과 손님의 갑을관계.

등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갑을관계가 있습니다. 일방적인 을의 입장이라는 것이 비단 택배기사에게만 특이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적은 경험상 이렇게까지 피부에 와닿은 적은 없습니다.

친절한 편의점 사장님도, 귀여운 중학생 친구들도, 유독 택배기사들에게는 갑질을 합니다. 물론, 따뜻하게 대해주고 친절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들도 아직도 많다는 점에서는 감사합니다만은, 의외로 택배기사들에게 갑질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요일밤에 전화해서, 내일 받을 물건이 있는데 빨리 좀 갖다달라고 하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물건을 직접 전달받고는 안받았다고 돈 물어내라고 하는 사람 등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택배기사들은 이들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해서는 안되며, 고객의 불만이 접수되는 순간 어떠한 상황에서도 택배기사의 탓이고, 택배기사들이 책임을 지게 되어있습니다. 아무리 억울해서 소용없습니다. 택배기사는 무조건적인 ‘을’이니까요.

 

수입과 씀씀이.

몇몇 기사로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회적인 인식보다 택배기사들의 수익은 괜찮습니다.

많이 버는 만큼 나간다고들 하지만, 나갈거 다 나가고나서도 평균적인 직장인들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갑니다.

하지만 그만큼 씀씀이가 혜픈 것 같습니다. 택배기사들 중에서는 악착같이 아끼고 버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눈으로 봐왔던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연봉 3000만원을 벌 때 2만원 짜리 식사를 한다면, 택배기사들은 4만원, 5만원짜리 밥도 쉽게 사먹습니다.(이는 단순한 비유이지, 실제로 그렇게 막 먹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수입을 얻는다고 해도 먹고 살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가 되어버립니다..;;

 

노동강도.

어느 직장이나 꿀보직과 험지가 있겠지만.. 제 경험상, 택배기사는 그 편차가 심합니다.

어느 동네는 건장한 20대도 반나절만 지나면 땀으로 흠뻑젖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어르신 택배기사님도 쉬엄쉬엄 일할 수 있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집에 배송을 할 때, 단순히 문앞에 놓고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리 전화나 문자를 하고 택배 배송을 하고 확인 문자까지 보내는 사람이 있는 등 각각 일하는 방식에 따라 그 번거로움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일한다는 점은 모든 택배기사에게 똑같이 힘듭니다. 덥고 추운 날씨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택배차량에 있는 에어컨이나 히터에 의존할만큼 차량에 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기때문에, 맨몸으로 자연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을 해야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경우 눈이나 비가 오면 쉬기도 합니다만, 택배기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달립니다.

 

유망직종.

택배기사를 유망직종이라고 이야기하면 어색해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이 직업을 선택하면서 주변에서 우려섞인 시선과 안쓰러워하는 응원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택배기사가 유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한푼이라도 아끼기위해, 한푼이라도 저렴한 온라인 쇼핑을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에서 구매하는 상품들의 대부분은 직접 배송을 하지않고, 택배사를 이용해 배송을 합니다.

온라인 커머스가 발달하고, 경제가 어려워지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한 구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택배라는 산업은 점점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로봇이 배송하고, 드론이 배송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므로 택배기사는 사라질 직업이라고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이 글을 쓰고 읽는 우리세대가 은퇴할 때까지는 대한민국에서 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과 비용. 그리고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세대 교체 문제들로 인해서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빠른 변화는 힘들 것 입니다. 사회와 문화의 발달 속도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훨씬 느리니까요.

비교적 자유로운 업무환경. 높은 수익. 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의 이유로 저는 택배기사가 유망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직업을 지인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는 앞서말한 단점들로 인해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할 말이 있지만서도.. 앞서 기술한대로, 다른 택배기사들처럼 저도 힘들기 때문에 일단 여기까지만 씁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